본문 바로가기
작문소

수능을 앞둔 이들에게. 재수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by EmoJumo 2022. 10. 25.
728x90

수능 그리고 재수

수능을 앞둔 이들에게

수능을 앞둔 이들은 아마 이 글을 볼 여유따위는 없겠죠.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휴식이 필요하고, 그러다 정말 우연치 않게 이 글을 보게 된다면 한 번 끝까지 보길 추천합니다.

당신이 미처 생각치 못한. 사회에 나온 사람이 느끼는 수능이란 어떤 기점인가? 에 대한 글입니다.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닙니다. 물론 중요한 기점이 되는 건 사실이죠. 초등학교부터 지난 12년동안 공부한 것은 모두 쏟아부어서 만들어낸 하나의 결과니까요. 그럼 당신은 지난 12년간 정말 미친듯이 공부했나요? 아마 아닌 사람이 대부분일겁니다.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는 소수의 사람들이. '12년간' 죽을 힘을 다해 공부한 사람들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는겁니다. 

 

다짜고짜 넌 원하는 대학에 못갈거야! 라며 팩폭하지 말라구요? 좋습니다. 수능은 어찌보면 고등학교 3년간의 가치가 이전의 9년의 가치보다 월등하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신이 정말 열심히 했다면 3년의 노력만으로 남들의 12년의 노력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글을 보게 된 시점에서는 이미 의미없는 말이지만요. (오늘은 10월25일로 수능까지 25일 남았습니다.)

 

그런 여러분에게 뭐라 하는게 아닙니다. 공부도 재능 중 하나니까요. 여러분이 공부에 흥미가 없고, 그래서 공부를 못했고 학교성적이 뛰어나지 않다는건, 만족스럽지 않다는건,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사회에서. 학교에서 모두가 이정도는 해야한다를 규정해버렸거든요.

 

하지만 여러분에게 그렇게 어영부영 여기까지 도착해서 우리나라 교육이 썩었네. 교육제도를 바꿔야하네, 내가 다른 나라에 태어났다면.. 이라 탓할 자격도 없습니다.

그럼 그 썩어빠진 교육을 12년동안 받으면서 뭘 하셨는데요? 12년간 나와 맞지도 않는걸 꾸역꾸역 해내면서 불평불만만 했지 뭘 해보셨냐구요. 학교공부를 대신해서 이렇다 할 뭔가를 만들어냈나요? 내 꿈이 생겼나요? 정말 하고 싶은 일. 정말 되고 싶은 모습. 가슴설레이는 일이 무엇일까. 최소한 고민정도는 해보셨나요?

 

아마 100에 90은 안했을겁니다. 이건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교 남들 부러워하는 곳에 입사하고 탄탄대로라 하는 삶을 산다는 사람들도 모르는 거예요. 어쩌면 죽을때까지 모를 수도 있어요. "내 꿈이 뭔지."

 

지금부터 공부하면 땃쥐 발톱정도만큼. 딱 그만큼 수능성적을 올릴 수 있어요. 물론 누군가에게는 그 땃쥐 발톱만한 차이가 정말 바래왔던 성공으로 가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이 글을 보는 사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수능같은거 때려치고 지금부터 뭔가 꿈을 찾아 해메냐? 아니요.

 

수능은 하나의 종착역이예요. 여러분은 초등학교 1학년때 기차에 탑승했고 12년간 간이역은 있어도 종착하지 않는 기차에 올라탄거예요. 그러다가 누군가는 실업계로 누군가는 검정고시로 누군가는 유학으로 잠깐 환승을 한거죠. 하지만, 수능앞에서 우리는 한 번 내려야해요. (남성분들이라면 강제로 군대를 가야하기도 하구요.) 근데 종착역까지 25일 남았는데 갑자기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린다? 누가봐도 정말 위험한 행동인건 알 수 있겠죠? 우선 종착역에 도착하고. 그 다음에 고민해봐도 늦지 않아요.

 

그럼 뭐 어중간한 애들은 앞으로 더 망할 거란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으란거야 뭐야?

아뇨. 정확히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한 번 미친듯이 해보세요. 고작 25일이잖아요. 25일동안 사력을 다해 노력해보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어떻게 알아요? 아까 '땃쥐 발톱'만큼 수능 점수가 바뀔 거라고 했죠? 

혹시 땃쥐 발톱이 얼마나 작은지 아세요? 정확히 사이즈가 몇 mm고 어디에 몇개나 달려있고 핥아보면 무슨 맛이 나고 어느사이즈까지 커지는지 아시나요? 아마 모를 겁니다. 저도 몰라요. 전 수능을 본적이 없거든요. 근데 적어도 전심전력으로 노력하다보면, 뭘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정말 내가 얼마나 할 수 있는지. 내 능력에 대해 객관적인 값이 나오기 시작한다구요. 아. 난 재수를 해야될 놈이구나. 아 난 재수는 어림도 없구나. 아 집에 가서 뜨끈한 전기장판에 지지고 싶다. 

 

수능이라는 종착역에서 내린 뒤에는 정말 수많은 환승역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대학교에 가느냐로 환승역을 선택하겠죠. 그게 보편적이고, 그게 일반적이고, 그게 자연스러우니까요. 그렇게 정해진대로 정해진 결말을 향해서 정해진 시나리오 대로 살아가고 싶다면 그렇게 하세요. 그것마저도 절대 쉬운 일은 아닐겁니다. 마치 멋진 영화를 보고난 뒤 그 영화를 똑같이 다시 찍어보는 것만큼 어려운 작업이 될겁니다. 적어도 이쯤에서 어떤 걸 해야하고 어떤 시나리오를 써야할지는 보고 배껴볼 수 있겠죠. 

 

그런데, 그런데말입니다. 여러분은 그 영화를 정말 재미있게 보셨나요? 당신이 앞으로 이렇게 될거야~ 라고 말해주는 그 시나리오가 정말 당신의 가슴을 설레이게 하고 재미있게 했느냔 말입니다. 

그게 재밌었으면 당신은 이미 원하는 성적과 원하는 대학교, 원하는 회사에 취업해서 '성공' 한 인생을 살고 있을겁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은건 여러분은 완전히 똑같은 영화를 찍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배우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투자된 자본, 사회, 시간 모든게 다릅니다. 어쩔 수 없이 여러분 임의로 조금씩 조금씩 수정하기 마련이죠. 그럼 적어도 내가 보기에 정말 재미있는, 끝내주는 영화를 한 편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재수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재수는 나쁜게 아닙니다. 물론 처한 가정환경이나 나이, 앞으로 도전해나갈 과제들에 따라서 불합리한 선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지금 당신이 재수를 고민하고 있다면, 최소한 당신이 앞으로 소비할 1년의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십쇼.

정말 단순히 계산해서 주 5일 8시간 편의점 알바만 해도 2023년 최저시급(9,620원) 으로 계산해보면 2,000만원 정도의 값이 나옵니다. 여기에 당신이 학원에 다니고 강의를 듣고 과외를 한다면 몇백 몇천이 추가되는 거겠죠. 좋습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당신의 꿈을 위해 돈을 쓸 수 있다면 그 금액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건 당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는가? 라는 결과겠죠. 그럼 당신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두가지 입니다. 미래의 당신이 지금 당신에게 "2천? 200억을 들고와도 모자른 1년이었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사력을 다하거나, 그러지 못할꺼면 당장 때려치세요.

시간은 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재료입니다. 그 어떤 것으로든 치환할 수 있는 만능의 소재라구요. 그걸 단순하게 가시화 하기 위해 비유하는게 '최저시급' 입니다.

 

자기 가치를 낮추려고 애쓰지 마세요. 재수를 하는게 자기가치를 낮춘다는게 아닙니다. 당장 1년만 보고 최저시급으로 계산해서 2천만원이지. 그 1년간 누군가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고, 그 외 자기꿈을 향해 부단한 노력을 합니다. 문제는 모두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거죠. 이건 돌이킬수도 다시 시작해볼 수도 없습니다. 재수는 '다시하기' 버튼이 아닙니다. '이어서 진행' 이라는 걸 잊지마세요. 그 1년에서 비롯된, 그래서 쌓이고 쌓이게 되는 차이는 스노우볼 처럼 굴러갈겁니다. 재수 라는 선택이 나쁘다는게 아니예요. 당신은 이미 그 구간을 넘어갔고, 재수라는 선택을 통해 지나왔던 구간을 '더 완벽하게' 지나가기 위한 연습을 하는겁니다. 그 '완벽한 통과' 는 필히 다른 이들의 1년, 2년보다 농도가 짙어야 할겁니다. 명심하세요. 재수뿐만 아니라, 내가 결정하는 선택을 하게 되면, 누구도 탓할 수 없고 되돌아 갈 수도 없습니다. 죽도록 열심히 하거나, 죽거나 라구요.

 

관련해서 영상하나 추천드립니다.

25일뒤면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는 수능이 시작됩니다.

많은 열심히 준비한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결과에 너무 절망하지 말고 이제 성인으로써 새로운 도전에 가슴설레이고 흥분되는 일들이 가득하다는걸 하루 빨리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동기부여 영상하나 남기고 글 마치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