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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소/하루일기

"내일 죽는다면 뭐부터 할래요?"

by EmoJumo 202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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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 죽는다면 나는 뭘 할까?’

진짜 갑자기 그런 상상을 하게 됐고,
그래서 제가 운영 중인 쓰레드에
‘여러분은 내일 죽는다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으세요?’
라고 조심스럽게 던져봤어요.

댓글이 와르르 달렸습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걸 몇 개 꼽자면 이렇습니다.

“사과나무를 심을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해볼래요.”
“부모님 보러 내려갈래요.”
“컴퓨터 포맷… 민망한 자료 싹 지우기 ㅋㅋ”
“대출 땡겨서 펑펑 써볼래요.”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루 종일 붙어있기.”
“술 진탕 먹고 기절하기.”
“미리 죽기… 그냥 너무 무서워서.”
(이 마지막 거는 너무 시니컬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근데요, 그 수많은 댓글들을 읽으면서
이 생각이 머리를 치더군요.

‘근데… 이거,
진짜 내일이 아니라
오늘도 할 수 있는 것들 아닌가?’

고백이든, 가족 보기든, 술 한잔이든.
대출은 좀 별개지만 그 외 대부분은
우리가 ‘내일’이 없다는 극단적인 조건을 붙여야
겨우 겨우 떠올리는 것들이더라고요.

왜 그럴까.
왜 꼭 내일 죽는다는 가정을 해야
그때서야 하고 싶은 걸 떠올릴까?

그 이유는 아마…
‘오늘은 당연히 있는 날’이라 생각해서.
‘내일도 그저 당연히 올 거야’라는 착각 속에서.
하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계속 미뤄두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저도 그래요.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
내일 연락해봐야지.’
‘아, 고백은 아직 좀 빠르겠지.’
‘엄마는 담주쯤 뵈면 되겠지.’
늘 그런 식이었어요.

근데 사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내가 아끼는 사람과 나눌 마지막 대화가
이미 지나가버렸을 수도 있고요.
그 사람이 남긴 마지막 톡에
내가 ‘ㅇㅇ’만 달고 지나갔다면…?

그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서늘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아침엔 평소보다 조금 더 다정하게 말해봤어요.
출근하는 남편에게 “운전 조심하고, 오늘도 고마워.”
엄마에게 톡 하나. “엄마, 오늘은 따뜻하게 입고 나가요.”
친구에게 “요즘 바빠도 네 생각 났다~ 보고싶다.”
사실 이런 말들, 거창하지도 않고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왜 그동안은 그렇게 인색했을까요.

**

"오늘도,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자."

이건 막 무대포로 살자는 말이 아니에요.
일 다 때려치우고 세계여행 떠나자는 말도 아니고요.
다만,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마음, 전하고 싶은 애정’만큼은
그때그때 꺼내놓자
는 거예요.
내가 아끼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에게
아끼지 말고 표현하고
눈 마주치면 웃고
사소한 감정이라도 말로 남기자.

그래서요,
오늘의 결심은 이거예요.
"하루에 하나라도, 미루지 말고 지금 하자."

댓글에 남겨주신 그 모든 답글들,
사실은 지금도 가능한 삶의 방식이었어요.
죽음을 상상하지 않아도
더 사랑할 수 있고
더 다정할 수 있고
더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다는 거.
우린 이미 알고 있었던 거예요.

다만, 오늘은 그걸
조금 더 또렷이 떠올리게 됐을 뿐.

내일이 꼭 온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금 내가 다정해질 순 있으니까.

여러분,
오늘도…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마음껏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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