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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문소/하루일기

오늘은 귀여운 망상을 해봤다. 제목은 '우리 애가 데려온 친구가 흑인이다.'

by EmoJumo 202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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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에게 아이가 있었다면..?

"우리 애가 데려온 친구가 흑인인데… 나, 괜찮은 사람인가?"
어느 날 평범한 주말 오후, 우리 아이가 갑자기 말했다.
"엄마, 나 친구 데려와도 돼?"
늘 그렇듯 반가운 마음으로 "응~ 데려와~" 대답하고는
간식이나 좀 챙겨둬야겠다 싶어 과일이랑 과자 몇 개를 꺼내놓고 있었다.

현관이 열리고 아이 목소리와 함께
처음 듣는 낮은 목소리, 그리고 다소 어눌한 한국어가 들렸다.
잠깐, 어눌한 건 아니었고, 정확히 말하자면… 억양은 아주 구수한데 목소리가 달랐다.
문 앞에 서 있는 건 우리 아이가 늘 입이 닳도록 자랑하던 친구,
그런데 피부색이 짙은 흑인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혼혈 같기도 했다.

처음엔 살짝 당황했다.
솔직히 말하면, '어? 한국어 되게 잘하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근데 그다음 생각은… '나 지금 이 생각한 거 자체가 편견 아냐?'
순간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는 내심 ‘난 열린 사람이야’, ‘난 인종차별 같은 거 안 해’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실제 상황에서 내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 아이는 완벽한 한국어를 구사했다.
어딘가 전라도 억양도 살짝 묻어나는 그 말투에 나는 또 놀랐다.
"어머, 한국에서 오래 살았니?"
내가 무심코 던진 말에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아뇨, 전 한국 사람인데요? 광주 살다 이사 왔어요!" 라고 대답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엔
유튜버 조나단이 떠올랐다.
한 할아버지가 그에게 정말 자연스럽게
“어이, 전라도 출신이여?” 라고 물었던 그 영상.
그게 왜 그렇게 인상 깊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그분은 조나단의 외모가 아니라,
그의 말투와 행동만 보고 사람을 대했던 거다.

나는 과연 그런 사람일까?
오늘 나는 내 아이의 친구를 대하면서 정말 아무런 선입견 없이 반가워했을까?
혹시라도 내 무의식 속에서 ‘다르다’는 이유로 살짝 거리를 둔 건 아닐까?

잠깐의 불편한 마음을 지나
나는 그 아이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과자 먹으면서 게임 얘기하는 걸 보니
피부색이고 국적이고 다 필요 없었다.
같이 웃고, 같이 좋아하는 것만 있다면 그게 친구지 뭐.

하지만 오늘 하루는 나에게 작은 질문 하나를 남겼다.
“나는 정말, 진심으로 편견 없는 사람인가?”
SNS에서 멋진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차별 반대한다는 영상에 눈물 흘리며 감동받는 것만으로
나는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걸까?

내 아이는 앞으로 더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거고,
세상은 훨씬 더 빠르게 변해갈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편견이 없다고 말하는 어른”이 아니라,
“진짜 편견 없이 행동하는 어른”이 되고 싶다.

오늘 우리 집에 온 아이의 웃음,
그리고 내가 느낀 작은 부끄러움.
그 두 가지가 오늘 나를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어줬다고 믿고 싶다.

내일은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를 바라며,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이 마음을 적셔본다.

나에게는 한 줌의

 망설임이 생겼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는 그게 당연한 세상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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