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사라지려고 했는데, 세상이 먼저 망했다. 방구석 폐인 [현수]
새로운 집 그린 홈으로 이사 온 현수는 자살을 결심한 방구석 백수다. 이사오자마자 현수를 반기는 것은 머리로 날아오는 제초기 칼날이다. 섬뜩하긴 하지만 "저기에 맞았다면 편하게 죽을 수 있었을까?" 현수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었다. 경비원 아저씨는 능청스럽게 칼날을 치우며 말을 건다. 뻔뻔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님은 분명했다.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바람은 내게 몸을 맡기고 편해지라는 듯이 손을 내민다. 황톳빛 세상을 바라보며 현수는 삶과 죽음 사이에 갈등하는 사이 그곳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소녀를 발견한다.
빛나는 소녀
적막을 깨며 걸죽한 입담에 담배를 권하는 그녀. 묘한 매력인지 얼굴값을 하는 건지 현수는 당장은 알 수 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그의 삶을 조금 더 연장해줬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방으로 돌아오니 아까 그 경비원이 문 앞에서 서성인다. 용건을 들어주고 빨리 돌려보내려는데 덜컹-! 갑작스레 문을 붙잡는 경비원 덕분에 현수의 눈이 방울만 해졌다. 아까 일은 미안했다며 음료를 건네준다. 그럼에도 위화감이 느껴지는 아저씨다.... 발소리.. 아저씨가 돌아가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현수가 조심스럽게 문을 살펴보니 문을 닫을 때 그대로 굳어있는 아저씨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다 통화하며 지나가는 옆집 여자를 천천히 따라간다. "역시 기분 나쁜 아저씨야." 현수는 그렇게 생각하며 늘 그랬다는 듯 게임을 켜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죽으면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도 끝나겠지."
<띠링> 문자 메시지가 한통 날아온다. 게임 페스티벌 VIP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한다. <8월 25일>.. 캘린더를 열어 8월 25일에 일정을 추가한다. 제목은 자살. 그로부터 며칠간 컵라면과 게임,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그저 죽을 날을 기다리는 무료한 삶이다. 사실 현수가 게임에 중독되어 자살하려는 건 아니다. 끊임없이 현수를 따라다니는 악몽, 환각, 환청이 그를 괴롭힌다. 게임은 일시적인 회피 수단이다.
집에 라면이 다 떨어졌다.
슬슬 다음 라면 박스가 배달되었을 텐데.. 현관문을 열고 확인한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라면박스가 뜯어져 있다. 정확히는 마구 헤집어져 있다. 마치 매우 굶주린 들짐승이 먹잇감을 찾아 헤맨 흔적처럼 말이다. 봉지도 부분 부분 뜯긴 채 복도를 따라 널브러져 있다. 마치 끌려간 사냥감의 핏자국처럼 말이다. 그 끝은 옆집으로 이어져- 데굴데굴- 고양이의... 머리?! 그것을 집어가는 누군가의 손 아니다. 비정상적으로 기다란 손가락 마디 기이하게 늘어진 피부 그건 분명 사람의 손이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현수는 죽을힘을 다해 집으로 도망친다. 이런 상황에 그가 할 수 있는 건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침대에 웅크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녀가 아니 그것이 점점 다가온다. <띵동> "저 좀 도와주세요.." 공포에 질린 여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놀란 가슴을 가다듬고 인터폰을 확인하니 옆집 여자가 공포에 질린 채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내가 인터폰을 받자 조금은 안심하며 집에 침입자가 있는 것 같다며 같이 있어달라고 한다. 정신을 차린 현수는 침착하게 경찰에 신고하려 한다. <삐---> "윽 뭐야" 휴대전화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고막을 찌르는 듯한 기계음이 들려왔다.
"팔... 팔 좀 보여주세요"
이 상황에 위화감을 느낀 현수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이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 미친 듯이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문 열어! 문 열라고" 쿵-쿵-쿵- 사정없이 난동 피우던 그녀의 코에서 검붉은 핏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윗집에서 들리는 노랫소리, 방음이 되지 않는 허름한 집이 현수를 살린 것일까? 평소에는 스트레스의 주원인이었던 윗집 여자의 음악 사랑이 이 순간만큼은 하나님의 찬송가 못지않게 감사했다. 안심도 잠시,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현수의 뇌는 과부하 상태에 빠진다. 며칠간 기절했던 걸까 의식을 차린 현수는 창밖으로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폐허가 되어버린 거리를 보며 넋을 잃는다. 현수는 옆집 여자처럼 코에서 검붉은 핏물을 쏟아내며 1화가 끝이 난다.
마치며
<스위트 홈>의 원작 웹툰을 인상 깊게 보기도 했고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작품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한화에 1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있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원작의 모든 요소를 담지 못하는 아쉬움도, 그것을 간략하게 표현하며 나름의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해석, 추가적인 인물 덕분에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며 볼 수 있었습니다. <스위트 홈>의 1화를 현수의 시점에서 소설처럼 해석해 리뷰해봤습니다. '현수'역의 송강 배우님의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캐릭터, 배우 한 명 한 명이 개성 넘치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1화의 내용도 순수히 '현수'의 시점에서 해석한 것이고 더 많은 내용이 있으니 기대하고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상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뷰 > NETFLIX'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상에 이런 맛은 없었다. 갈비인가 통닭인가 <극한직업> (0) | 2021.12.01 |
---|---|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까불어<내안의 그놈> (0) | 2021.11.30 |
꿈과 재능이 있던 어린 날 나는 아빠가 되었다.<18어게인> (0) | 2021.11.29 |
"독수리 자리 너머" -<LOVE DEATH + ROBOTS 2화 > 프리퀄 소설 (0) | 2021.11.25 |
학교 밖에서 진짜 수업이 시작된다. <인간수업> (0) | 2021.11.2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