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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NETFLIX

학교 밖에서 진짜 수업이 시작된다. <인간수업>

by EmoJumo 202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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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선 모범적인 범생이, 하교하면 홍등가의 범죄자 

[전과목 등수 1-1-1-1-1 벌점 0점 상점 99/100 다양한 대외활동 원만한 친구관계] 범생이 그 자체인 학생 오지수 "너.. 일상생활은 가능하냐?" 담임선생이 일대일 면담에서 뱉은 말이었다. 분명 평범한 학생이라면 말도 안 되는 생활기록부이다. "너 같은 범생이가 제일 힘들어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뭘 추천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모든 방면에서 완벽하게 모나지 않은 그는 세상에 부딪히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둠이 깔리고 사람들이 집에 돌아갈 때면 "진짜" 그의 사업이 시작된다.

화려한 학원가, 그 거리 인파에 숨어있다.

하교한 오지수가 향하는 곳은 아쉽지만 여러분이 바라는 화려한 네온사인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성실한 모범생" 이니까. 학원으로가 밤늦게까지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 오지수, 그의 인생 목표는 대학 가기, 취직하기,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 평범하게 살다- 평범하게 죽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지금 필요한 돈 9천만원"

만약 지수에게 중산계층의 부모님이 계셨다면 그리 큰 고민은 아니었을 것이다. 적어도 돈을 벌기 위해 범죄사업에 뛰어들진 않았을 것이다. 신은 그에게서 부모를 빼앗고 천부적인 재능을 주었다. "검은돈의 재능" 지수가 조용히 모범적으로 사는 것과 더불에 신에게 하사 받은 능력이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한 홍등가에서 그의 자리는 화려한 꽃도. 그걸 지키는 맹견도 아닌 이름도 얼굴도 없는 사업가이다. 그의 사업은 전용 휴대전화 하나에서 이루어진다. 수많은 돈들이 오고 가는 은행계좌 대신 지하철역 한편의 사물함을 통해 자금을 유통한다. 현장의 변수는 "이실장"을 통해 제어한다. 성매매 알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이 실장을 통해 꽃들을 보호한다. 그의 고객들인 화려한 꽃들, 소위 성매매 여성들은 지수를 위해 일을 하고 일정 수수료를 지불한다. 이것이 오지수가 평범한 모범생임과 동시에 홍등가의 사업가가 될 수 있던 방법이다.

"사회문제 연구반 동아리"

"졸라 재밌겠지?" "재미없을 것 같아요." 담임선생 진우는 지수에게 자신의 동아리에 들어올 것을 권유한다. 단순히 그가 마음에 들어서였을까? 정말 흥미로운 관찰 대상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늘-하던 대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길 원하는 지수는 단칼에 거절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가 나타나기 전까진 그렇게 생각했다. "배규리"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면서 친구들과의 사회관계도 좋다. 말 그대로 "엄친딸"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양아치 같은 게 아닌 그야말로 만능 재주꾼이었다. 타고난 성격인지 사업 때문인지 늘 조용한 지수는 그녀에게 자신과는 다른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동아리 부원으로 등장한 것이다. "아 당연히 수행평가 꿀 빨려고 들어왔죠. 할 일 없는 유령 동아리인 줄?" 그녀도 흥미로워서 이 동아리에 가입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녀가 있는 것만으로 지수의 마음을 흔들기는 충분했으니까 말이다.

"18번 문항. 나는 주변에서 이루어지는 성매매 행위에 대해 듣거나 이를 목격한 적이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담임선생 진우와 규리와 함께 설문조사를 만들고 있는 지수였다. "정당한 노동을 하고 돈을 받는다."와 "윤리적 사상이나 노동을 떠나서 법은 법. 청소년 성매매는 불법이다." 청소년 성매매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진우와 규리였다. 정작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벌고 있는 지수는 별 반응이 없어 보인다. "너도 가만히 있지만 말고 뭐라고 말 좀 해봐! " 달궈진 토론 분위기에서 진우가 지수에게 건넨 말이었다. "생매장.. 당할 것 같아요. 누군가 성매매를 봤고 그 친구 이름이 나오면.. 그 친구는 더 이상 학교 못 다니겠죠." 같은 반의 민희가 생각난 것일까. 지수의 입에서 나온 상냥한 말이었다. "민희" 반에서는 양아치 급우, 밖에서는 지켜야 할 고객. 민희는 지수에겐 그런 존재였다. "어쩔래?"  잠깐 생각에 빠진 지수를 현실로 끌어온 규리의 한마디였다. "주말에 몰아서 할 건데 시간 괜찮아?" "주말엔 밖에도 좀 나가고 사람도 만나라 제발!!" 그렇게 지수의 텅 빈 주소록엔 "배규리"가 덩그러니 세겨졌다.

마치며,

뒷부분이 궁금하다면 NETFLIX에서 "인간 수업"을 찾아보세요. 여기까지는 단 1화 절반까지의 내용을 저만의 소설로 재탄생시켜봤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 수업"은 총 시즌1 10화까지 있습니다. 보는 내내 1화에 1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는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매 순간 스릴러와 청춘물, 로맨스를 오가는 긴장감이 온몸을 휘감습니다. 특히 '오지수'역의 김동희 배우님의 "잘생겼는데 자기가 잘생긴지 모르는 찐따" 역할은 Mnet 웹드라마 "에이틴",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 JTBC 금토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거쳐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곳곳에서 얼굴을 내미는 청소년과 성매매라는 사회적 문제는 작품이 은밀하게 시청자에게 던지는 질문 같습니다. 청춘/하이틴과 범죄/스릴러라는 독창적인 작품, 꼭 한 번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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