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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NETFLIX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하였다. <도깨비>

by EmoJumo 2021.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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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영생을 살아가는 도깨비 김신

살아생전 고려의 상장군으로 적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무신'. 시뻘건 피를 온몸에 두르고 푸른 안광을 내뿜으며 적들을 도륙 내던 모습은 적군에게 공포의 상징이었다. 왕에게 충성하는 검으로써 전장을 휩쓸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왕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김신의 세력, 전쟁에서 승리할 때마다 백성들은 그의 이름을 칭송했다. 왕의 어리석은 질투였을까? 간신의 표독스럽고 긴 혀가 왕을 현혹시킨 것일까? 마지막 전투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김신은 역적으로 몰려 처형당한다. 창조신은 이를 가엾게 여겨 20년 뒤 불멸의 존재로 환생시킨다. 이제 그는 물이자 불이요, 바람이고 빛이자 어둠이었다. 간신을 죽여 자신의 원한을 풀고 난 뒤에도 불멸의 축복은 사라지지 않았다. 몇 백 년의 세월이 지나고 이는 축복보다는 저주에 가까워졌다. 김신이 도깨비가 될 때, 창조신은 죽는 순간 가슴에 박힌 칼을 그대로 부활시켰다. 평범한 이는 이를 볼 수 없으며 이 칼이 뽑히면 김신의 영생도 끝난다. 이 영생을 끝내는 방법은 '도깨비 신부'를 찾아 검을 뽑는 것이었다. 불멸의 삶을 통해 김신은 수많은 부를 축적했다. 돈의 가치는 그 유한함에서 나오는 것임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불멸에 지쳐버린 그는 많은 여자를 만났다. 쾌락과 향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도깨비 신부'를 찾아 재미없는 삶을 끝내기 위해, 아쉽게도 그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900년이 지나 커다란 부와 지위를 얻었지만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는 것은 해결할 수 없는 일이었다. 슬픔에 지쳐 영생에 지쳐 사람과의 관계를 모두 끊고 조용히 인간사회에 숨어 사는 김신이었다.

죽었어야 할 운명의 아이, 도깨비 신부 지은탁

창조신은 삶과 죽음을 관리하며 사자를 만들었다. 사자들은 생사부에 따라 죽음이 적힌 인간들을 저승으로 인도한다. 지은탁은 어머니의 뱃속에서 이미 죽음이 결정된 아이였다. 출산하자마자 인도할 준비를 한 저승사자는 김신의 방해로 아이를 놓치고 만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도깨비가 이를 가엾이 여겨 삶을 연장시켰다. 운명을 벗어난 탓을까? 그녀는 귀신을 보거나 일반인을 볼 수 없는 영적인 존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9살까지 어머니와 함께 살다 조실부모하였다. 정확히는 어머니 귀신과 9년을 함께하다. 힘을 다한 어머니의 령이 성불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그녀는 이모의 집에서 사촌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사촌들과 이모는 그녀를 구박하고 배가 고파도 그녀가 밥을 차리기 전까지 부엌에 발도 들이지 않는다. 가족보다는 식모에 가까운 삶을 사는 그녀는 수능을 마치고 성인이 되면 반드시 독립할 것이라 다짐한다. 19살 생일에 이것저것 소원을 빌며 쓸쓸히 생일 케이크의 촛불을 끄던 순간, 도깨비 김신을 불러내고 운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양과 서양 신화와 로맨스가 만들어낸 대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엄청난 성공을 이뤄낸 김은숙 작가님의 차기작으로 재미는 보장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토속신화에서 등장하는 도깨비와 저승사자, 서양 신화를 모티브로 한 창조신의 설정 등으로 작품을 보는 내내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습니다. 다양한 설정과 떡밥으로 인해 자칫 머리가 아파질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편집을 통해 적절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가지고 시청했습니다. 앞에서 서술한 메인 주인공의 로맨스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이동욱, 유인나 배우님들의 로맨스에 더 집중하며 봤던 것 같습니다. 무한한 삶과 덧없는 인생 이란 주제는 옛날부터 자주 쓰이던 소재지만 900년의 긴 세월 끝에 사랑이라는 삶의 의미를 찾은 김신, 그와 동시에 삶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도깨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 결말이 열린 결말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설정들로 하여금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결말에 이르러서 완전한 매듭을 짓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래서 결말이 뭔데?" 라며 답답할 수 있지만 마음껏 상상하는 것이 진정한 이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혹시 아직 시청하지 않았다면, 무료해진 시간을 사랑과 슬픔의 감정으로 즐기고 싶다면 드라마 '도깨비'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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